default_setNet1_2

우리는 선수를 위한 대회를 하고 있나

기사승인 2020.07.13  12:58:04

공유
default_news_ad1

 

   
 바나나 2개가 90분간의 강도높은 운동을 하는데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는 문구

 

   
대한테니스협회는 6월 14일부터 열린 김천 종별대회부터 출전한 선수들에게 바나나를 제공했다

 

우리는 우리가 한 일의 의미를 잘 모르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 아래 세가지다., 

대한테니스협회가 한국테니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으로 한 일 3가지.

1. 협회주관대회 출전선수들에게 경기에 필요한 에너지 보충용 바나나 2개씩 선수에게 제공하는 것.

2. 초등학생부터 고교생에 이르기까지 1회전 출전선수부터 스코어보드에 이름과 소속 있는 명패를 붙여 경기하는 대회 운영

3. 해외파견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못나간 주니어대표와 젬데일장학생후보에게 국가대표 유니폼과 신발 제공.

협회가 한 이 일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그동안 잘 파악을 못했는데 아래의 예화에서 협회가 무의식중(?)에 한 일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테니스대회 운영에 종사한 몇몇 인사와 최근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지난해 한국선수권대회장에서 선수 휴게실 만들어 놓아 봤자 이용하는 사람 거의 없었다"는 주장이다. "거기 누가 와서 쉬느냐 거의 오지 않는다." 봉고차에서 김밥먹고 쉬고 하는 선수들 보기가 안쓰러워 여러가지 선수들의 이야기를 모아 정리해 기사화 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대회 연다고 연맹이나 협회에 적게는 3천만원~많게는 1억원까지 대회본부가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수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경기를 하게 해주는 것 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대회인지 모르겠다고들 말한다.  선수가 객이고 대회본부가 주인것 같다고 한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잘 지어진 코트가 있는 양구나 순창, 김천 등등을 취재하다보면 양구나 순창은 선수 휴게실이 거의 없다.  벤치나 나무그늘이 선수들 휴게실이다.   코트를 짓는 비용만큼 부대시설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대회 초반 하루 200경기 이상 소화하려면  밭이랑 처럼 죽 나열된 코트많이 지으면 된다는 식이다.  

휴게실이 없다보니 선수들 식사도 마땅히 먹을 것이 없다. 사먹을 수 있는 곳이 현장에 마련되어 있지 않다. 먹는 것은 경기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데 휴게실과 먹는 것에 대해 방치한 채 대회를 한지가 짧게는 10년 길게는 75년이나 된다.  초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으로 대회를 하고 있다. 

   
▲ 트랄라곤 주니어대회 클럽하우스 선수 휴게실

 

   
▲ 트랄라곤 클럽하우스 식당

 

   
▲ 트랄라곤 매점

 

   
▲ 트랄라곤 클럽하우스에서 대회 출전 선수들에게 점심식사를 마련해 주는 지역 도움의 손길

2017년에 호주 멜버른에서 기차로 두시간 거리의 트랄라곤이라는 시골의 주니어테니스대회를 취재한 적이 있다. 기차역에서 내려 걸어서 20분 가니 코트가 있고 클럽하우스가 있었다. 클럽하우스 쇼파와 테이블 놓고 주니어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핸드폰을 하거나 이야기를 했다. 옆 방에는 지역 주민들이 마련한 3~4가지 요리가 차려진 뷔페 식당과 매점이 있었다. 물과 바나나. 라자냐, 스파게티, 빵 등이 마련되어 선수들이 경기 전후에 식사를 하고 경기를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우리나라로선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 호주의 시골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대회 결승전날 클럽 회원들이 클럽하우스에 모여 정식으로 식사를 하고 호주 테니스를 빛낸 인사의 초청 강연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다들 결승전을 관람하고 시상식에서 입상자들을 격려했다.  우리는 테니스 역사 100년이 지나도 이런 광경을 보기 힘들다.

바나나.

대한테니스협회는 비싸고 질좋은 바나나를 없는 예산에서 구매해 선수들에게 2개씩 나눠주거나 김천코트 휴게실에 비치해둬 선수들이 먹게 했다.  스웨덴의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에게 바나나는 한 경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안내문을 적어놓고 선수들에게 바나나의 테니스 경기때 필요한 식품임을 알렸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지난해 한국선수권부터 올해 종별대회, 주니어선수권, 학생선수권때 바나나를 구매해 선수들에게 나눠주었다. 최소한의 것이지만 선수들을 위한 대회임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했다. 

그리고  선수들을 위한 대회임을 알려주는 것은 하나 더 있다. 점수판에 붙여 있는 선수 명패다.

'한두대회만 하다 말겠지, 8강전부터 했겠지, 고등학생대회만 사용했겠지' 하는 선수들 명패는 협회 주관 모든 대회에서 다 이뤄졌다. 500명 출전하면 명패 1개당 3천원씩만 해도 150만원.  1000명 출전하면 그것도 300만원이 들어간다.   그돈으로 다른데 혹은 대회 위해 수고하는 일꾼들 저녁 식사를 할 수도 있지만 3천원으로 선수들의 프라이드를 심어주었다.  가장 소중한데 쓰는 것이다. 선수들은 경기에 지면 속상해 그 명패를 쓰레기통에 버리곤 하지만 경기를 할 때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이땅의 테니스 선수임을 나타내준다.  스코어보드가 있는 대회와 없는 대회는 프로 급 대회냐 레크레이션 급 대회냐 하는 것의 기준이 된다. 

만약 윔블던도 전자스코어 보드 없이 선수끼리 경기를 하면 그야말로 동네 대회로 전락한다.  그런 뜻에서 선수들을 선수답게, 대회를 대회답게 하는 것은 선수 명패다. 

낙숫물이 바위를 뜷듯 선수를 위한 노력이 하나하나 이뤄질 때 선수는 어른을 위한, 기관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격체로 자리잡게 된다.  선수가 없으면 대회도 없고 지자체에서 일절의 지원을 안한다. 

   
 해외파견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못나간 주니어대표와 젬데일장학생후보에게 협회가 제공한 적지않은 물품
   
초등학생부터 모든 테니스 선수의 이름과 소속을 스코어보드에 부착해 경기를 했다

 

박원식 기자 editor@tennispeople.kr

<저작권자 © 테니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