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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테니스의 현실을 감안하면,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은 프로리그가 형성되어 수많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며 거대한 시장(market)을 형성하고 있고, 양궁, 배드민턴, 핸드볼, 탁구, 수영, 쇼트트랙 등 소위 비인기 종목들도 세계수준에 올라있거나 근접하고 있는 반면, 테니스는 어느 위치에도 자리를 잡지 못해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협회장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한 보따리의 푸짐한(?) 공약을 내 세웠다. 하지만‘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당선자가 화려하고 그럴듯한 공약을 제시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선출됐나
대한테니스협회장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투표권이 있는 사람은 총 22명의 대의원들이다. 16명의 시.도 테니스협회장과 초등, 중.고, 대학, 실업, 여성 및 시니어연맹회장 등으로 구성된 22명의 대의원들 가운데 대전,제주, 실업연맹을 제외한 대의원 19명이 협회장을 선출했다.
우선 순위
한국테니스를 이끌어 갈 수장(首長) 으로서, 테니스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구석구석 살피고 챙기려는 의욕과 책임감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가용(可用)한 인원과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욕심을 버리고 우선순위(priority)를 잘 정해서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것 저것 다 챙기려다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못 챙기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임기 내에 눈에 띌만한 업적을 남기려고 마음 먹는 순간 망한다. 향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한국테니스의 발전을 위한 아젠다(agenda)를 수립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테니스피플(The Tennis People)이 생각하는 26대 대한테니스협회장의 3대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매직테니스 보급을 통한 유소년 테니스인구의 획기적 증대
2 프로화
3 예산확보 및 기금조성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테니스의 토대를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sustainable) 발전과 성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충분히 다져진 토대 없이 Top 100선수가 나와봐야 그 때뿐 이다. 그 선수가 은퇴하고 나면 또 다른 스타가 나올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어린이들을 코트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한국테니스의 미래는 없다.
동시에 프로화를 통해 선수들에게 치열하고 경쟁의 무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져진 토대에서 재능 있는 유망주가 나오고, 치열한 프로무대에서 성공하여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스타가 나와서 어린 선수들의 우상(idol)과 롤모델(role model)이 될 때 비로소 선 순환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또, 지도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최소 5년의 임기를 보장하여 어린 선수들에게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에서 우리 지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린 선수들을 ‘게임돌이’ 로 만드는 일 밖에 없다. ‘게임돌이’로 훈련된 선수들은 절대로 세계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
비즈니스(business) 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direction)과 속도(speed) 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3대 과제가 방향이라면 다음은 속도(speed)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과제별로 도전적(stretchable)이며 달성 가능한(attainable),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모든 과제를 임기 내에 다 수행할 수는 없다. 멋진 집을 짓기 위한 터를 닦는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한국테니스 사에 기록될 협회장으로 남을 것이다.
이진국 기자 jkl@tennispeopl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