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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장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영어교육은 영어로 듣고 말하는 능력보다는 독해능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수준의 영어 문서를 정해진 시간 안에, 그것도 필요에 따라 이해의 질을 조절해가며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이제 ‘지식경제’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미의 영어 독해 능력을 우리는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 사회로 불리는 현재의 세계에서 ‘창조경제’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지식정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경제의 단적인 모습은 세계의 거의 모든 텍스트를 접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의 거미줄(worldwide web)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인터넷이 말 그대로 세계를 거미줄처럼 엮고 있고, 이 거미줄 같은 망을 통해 전달되는 거의 모든 중요 텍스트는 영어로 작성되기 때문에 영어 독해능력의 중요성은 부정할래야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한국학에 관한 논문도 영문이 아니면 인정받기 힘들어 지고 있다. 외국어 학습에서 독해를 우선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외국어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이 외국어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식정보화시대 속에서 인터넷을 통한 지식,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의 공식 언어로 자리 잡은 영어의 해독 능력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는 외국어 교육이 과거 지식인이나 귀족계급을 위한 고전 교육, 혹은 타문화 이해라는 교양(culture)의 차원을 넘어, 지식, 정보획득을 위한 전 세계적 경쟁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판단해 보더라도, 독해능력을 먼저 습득하는 것이 말하기와 듣기능력을 기르는 것보다 훨씬 적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독해의 중요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외국어 습득자체가 교육의 목적이 되는 일부 인문학 분야나 외국인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일부 전문 분야를 제외하고 보면, 일반인이 외국어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독서능력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또 독해 능력을 제대로 갖추는 것만으로도 듣기, 말하기, 쓰기가 일정부분 가능하지만, 구어능력만으로는 독해 능력을 키울 수 없고, 구어능력 자체도 독해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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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의 대화 능력을 강조하는 지금의 영어교육이 지닌 또 다른 문제점은 홍기빈씨가 한겨레 21 칼럼에서 표현했듯이 ‘영어교육의 천민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의 학원에 취업하고 있는 원어민 강사의 학력이나 지적 수준을 볼 때 이들로부터 기껏 배울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원어민식 발음이나 악센트, 감탄사, 인사말 정도일 것이다. 한국에서 취업하고 있는 대다수 원어민들이 어떤 책을 읽는 지만 보더라도 (한국내 원어민뿐 아니라 미국의 일반 대학생들도 시험을 치르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곤 고전 텍스트를 읽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에게서 일상회화 수준을 넘어선 새로운 논리구조나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배우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원어민과 학생사이에 오가는 대화도 음식이나 취미활동에 관련된 진부하고 정형화된 표현이나, 양국 문화에 대한 피상적인 관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얄팍한 수준의 대화를 위해 원어민 강좌를 듣는 것은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이 아니라, 영미권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외국어 습득자체가 공부의 목적이 되는 일부 인문학이나 외교, 무역 등 구어를 통한 실용적 의사소통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회화 능력이 필요한 분야는 거의 없다. 더구나 인터넷의 확산으로 영어가 세계어의 지위를 누리면서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난 토착화된 영어까지 공식 문서에 통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굳이 원어민 수준의 회화능력을 갖추려는 노력은 부질없는 짓으로 보인다. 정보기술의 가속화된 발전으로 인하여 인터넷 상에는 전문 신조어와 개념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거의 매일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어나는 정보를 통칭하는 빅 데이터(Big Data)란 새로운 용어가 지식경제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 영어 텍스트 독해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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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webmaster@tennispeopl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