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 2차퓨처스 조민혁과 세시간 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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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아버지 정석진, 큰 아들 정홍, 어머니 김영미, 작은 아들 정현 | ||
실업팀 현대해상 1년차 정홍이 퓨처스대회에서 우승했다. 실업팀 입단한 뒤 처음 국제무대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홍은 경기 뒤 기자와 1분도 채 안되는 인터뷰를 다 못했다. 아니 인터뷰를 거절했다. 너무 숨차고 힘들다며 미안해 했다. 우승 기쁨을 드러내기도 힘들고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
이 모습을 투어 잠시 쉬고 담금질 하다 다음주 중국 난창챌린저부터 다시 시작하는 동생 정현(삼성증권 후원, 한체대)이 눈 하나 안돌리고 지켜봤다. 형의 코트에서의 모습이 동생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긍정적인 효과로 나올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경기 뒤 정홍은 “먼 길까지 온 사랑하는 동생 등에게 우승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동생의 투어 복귀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형이 코트에서 몸소 보였다. 형제 우애란 이런 것이리라.
3일 경기도 유일의 남자 국제대회를 여는 안성의 스포츠타운 실내테니스장(클레이코트)에서 열린 ITF 안성퓨처스(총상금 일만 달러) 2차 단식결승에서 현대해상 정홍(662위)이 실업최강자 세종시청 조민혁(562위)을 2대1(6-3 4-6 6-4)로 이겼다.
강력한 스핀을 이용한 포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정홍은 1세트 3-1로 앞서가며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서브 더플 폴트와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주며 승부를 3-3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조민혁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한 정홍은 무조건 내달려 1세트를 6-3으로 순탄히 선취했다.
2세트는 조민혁이 4대 4에서 정홍 서브 게임을 빼앗아 5-4를 만들고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 6-4로 세트올을 만들었다. 국내 어떤 대회든 결승 진출하고 거의 우승하는 조민혁의 노련한 경기운영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정홍의 머리는 복잡했다. 준결승에서 '코리언 킬러' 오치 마코토를 쉽게 이긴 정홍이 세트올에서 조민혁을 상대로 경기를 어떻게 풀어갔는 지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고대로 나왔다.
정홍은 “클레이코트다 보니 클레이코트만의 장점을 살려 상대보다 한발 더 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여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세트올에 들어서자 조민혁의 몸이 무거워 보이기 시작했다. '코트의 여우' 조민혁이 좀처럼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데 정홍에게 들켰다. 정홍은 이것이 혹시 트릭일수 있다는 의심을 가지면서 좌우 앵글 샷과 앞뒤 드롭샷으로 상대를 흔들어댔다. 조민혁이 이에 잘 견기면 무거운 몸짓은 트릭이고 못 견디면 '엥꼬(번 아웃)'로 판단했다. 그런데 번 아웃이었다. 2-0으로 정홍이 앞섰다. 그러나 조민혁의 결승전 3세트 능력은 탁월했다. 일관된 기본기로 4-4까지 팽팽하게 만들었다. 그간 우승 맛을 상대보다 덜 본 정홍이 다 된 밥을 자칫 그르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클레이코트 장점을 살린 랠리로 3세트를 6-4로 마무리했다.
정홍은 "올 시즌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는데 1년만에 우승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데이비스컵 인도전에서 자신감을 갖되 마음을 비우는 컨트롤을 얻어온 것 같다 ”고 말했다.
경기를 지켜본 협회 전무이사 이자 현대해상팀 김남훈 감독은 “건국대 4학년 시절인 지난해 김천3차 퓨처스 결승에서 정홍이 조민혁을 이긴 적이 있다"며 "같은 상대를 현대해상에 입단해 다시 결승에서 이겨 지도자로서 기분이 좋다”고 흡족해 했다.
조민혁은 “안성 2차대회에선 단, 복식 모두 결승에 올라와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며 "1회전부터 체력소모 가 많았고 많이 뛰었다. 마지막 고지까지 와서 힘을 못 발휘한게 아쉽다”고 말했다.
안성퓨처스는 3일 2차대회 결승을 마치고 3차대회를 이어 열었다. 대학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예선대기만자만도 30명이 넘었다. 3주간 클레이코트 실내에서 열리는 대회속에서 선수들의 기량이 부쩍 늘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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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세레머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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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식 대진 | ||
안성=신동준 기자 technic0701@tennispeopl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