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와의 4월 데이비스컵때 에이스 역할
1월 20일 호주오픈 3회전에서 버나드 토믹이 우크라이나의 알렉산드르 돌고폴로프를 맞아 강력한 포핸드를 구사하고 있다
버나드 토믹. 92년 10월 21일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태어났다. 토믹의 부모 이비카와 아디사는 토믹이 태어나기 7년전에 크로아티아를 떠나 독일로 이주했다. 토믹 나이 세살때 호주 퀸즈랜드로 옮겨 테니스를 시작했다. 토믹은 현재 여동생 사라와 함께 호주 국적의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나이 19살. 토믹의 현재 프로랭킹은 36위다.
토믹이 34위 까지 오르는데 지난해 윔블던 성적이 바탕이 되었다. 지난해 윔블던에서 대회 3회전에서 5번 시드 로빈 소더링을 제치며 8강에 진출해 세계 테니스계를 깜짝 놀래켰다. 4월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2회전에서 호주 데이비스컵 대표로 출전해 우리나라 대표 선수를 상대할 토믹을 살펴 보았다. 어떻게 테니스를 시작하고 어떻게 100위에 들고 30위에 들었는지 들여다 보았다.
화려한 주니어 시절
2004년 오렌지보울 12세부에서 우승한 토믹은 2년뒤인 2006년에 14세부에서도 우승해 될성부른 떡잎으로 자리매김했다(삼일공고 진학 예정인 정현도 토믹처럼 오렌지보울 12세부 와 14세부에서 똑같이 우승했다). 2006년 웰링턴에서 열린 캔터베리대회때 우리나라 오대성(건국대)과 결승에서 맞붙어 6-3 6-2로 이기면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갔다. 2007년 주니어 랭킹을 23위로 마친 토믹은 2008년 호주오픈 주니어대회 결승에서 대만의 양충후아를 4-6 7-6 6-0으로 이겨 자국팬들에게 레이튼 휴잇을 이을 선수임을 각인 시켰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토믹은 2009년 US오픈 주니어 우승을 하기 전까지 큰 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근 2년간 그저 그런 투어 선수로 성장하겠지하는 평가가 바로 이어졌다. US오픈 주니어 우승으로 토믹은 그랜드슬램 우승 2개, B 등급 우승 1개, 1~5그룹 대회 우승 5번 등 총 8번의 우승성적을 남기며 주니어 기간을 통과했다.
프로 입문 이후 어떻게
주니어와 퓨처스 무대 오가다
토믹은 2008년 1월 호주오픈 예선을 시작으로 프로무대에서 발을 들여놓았다. 프로무대인 호주오픈 예선 2회전에서 인도의 암리트라지에서 패했지만 며칠 뒤 열린 호주오픈 주니어대회에선 우승했다. 프로와 주니어를 병행하는 시기였다. 토믹은 주니어 무대에서 이기는 습관을 들인 뒤 프로무대에서 그 자신감을 간간이 실험했다.
2008년 3월부터 프로입문 과정인 퓨처스무대를 두드린 토믹은 임규태(삼성증권)에게 일본 퓨처스 1회전에서 1-6 5-7로 패하는 것을 시작으로 퓨처스 선수생활 6개월만인 8월에 인도네시아 퓨처스 2차 대회에서 준우승 성적을 거뒀다. 여세를 몰아 출전한 인도네시아 퓨처스 3차대회 2회전에서 김선용(국군체육부대)을 6-1 6-0으로 이겼지만 8강에서 임용규(한솔테크닉스)에게 5-7 4-6으로 패했다(현재 임용규의 랭킹은 300위대. 토믹의 랭킹은 30위권. 하지만 2008년에 임용규는 토믹을 이긴 바 있다). 아시아 퓨처스무대를 경험한 토믹은 그해 가을 호주에서 줄줄이 열리는 퓨처스에 출전해 5개월 뒤 있을 호주오픈을 준비했다. 가을 호주 퓨처스대회에서 1,2회전 탈락을 밥먹듯이 했지만 호주테니스협회는 토믹에게 2009년 1월 투어대회 본선 와일드카드 기회를 제공했다. 한번 실험을 해 보았다. 브리즈번대회에서 스페인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를 만난 토믹은 4-6 2-6으로 보기좋게 나가 떨어졌다. 상대는 톱 10. 버거웠다. 이것은 거스 히딩크가 2002월드컵 한국축구 대표팀을 맡으면서 유럽의 센 상대만 불러 0-5 패배를 맛보게 하며 한국축구의 유럽 공포증을 없앤 것에 비교된다. 주니어인 토믹에게 톱 10을 만나게 해 경기를 해보니 별거아니라는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었다.
퓨처스 생활 1년만에 바로 투어의 맛을 톡톡히 맛 본 토믹에게 다음 다가온 것은 호주오픈 본선 와일드카드. 브리즈번투어에서 베르다스코를 겪은 토믹에게 호주오픈 1회전 상대인 이탈리아 스타라세는 별거 아니었다. 토믹은 어느새 애벌레가 허물을 벗듯이 소년의 티를 벗게 되었다.7-6<5> 1-6 7-6<5> 7-6<6>의 경기 결과가 이를 말해 주었다. 네 세트 가운데 3세트를 타이브레이크에서 이기는 끈질긴 근성을 토믹은 보였다. 그저 키크고 싱겁고 근성없는 소년이 아니었다.
챌린저 무대
그랜드슬램 첫 승의 기쁨을 뒤로한 채 토믹의 투어선수 담금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9년 호주 버니 챌린저 8강을 시작으로 멜버른 챌린저 우승, 2010년 버니 챌린저 우승도 하면서 200위 진입에 성공했다. 그 와중에도 챌린저 1,2회전 탈락은 토믹에게 늘 따라 다녔다. 호주테니스 관계자들은 토믹을 키우기로 작정한 이상 챌린저 본선 자동 출전 못하는 토믹에게 본선 와일드카드를 제공했다. 늘 호주내 와일드카드는 토믹의 차지였다.
호주와 스타 육성에 뜻을 같이한 유럽과 미국의 대회들도 자국선수에게 호주대회 와일드카드를 요구하면서 토믹에게도 와일드카드를 제공했다.
호주협회도 가만있지 않았다. 토믹을 키우기로 작정한 호주테니스협회는 챌린저 1회전 탈락하는 토믹, 랭킹 200위도 안되는 그를 데이비스컵 멤버로 발탁했다. 협회는 지역 1그룹에서 대만의 양충후아와 이신한을 거푸 이기게 하며 휴잇을 이을 재목으로 만들어갔고 토믹도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부응했다.
그랜드슬램 무대
챌린저대회와 투어대회에 자력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토믹에게 주어진 것은 와일드카드. 2011년 호주와 미국 등지에서 열리는 챌린저와 투어대회, 심지어 그랜드슬램까지 11번의 와일드카드를 받은 토믹은 드디어 일을 냈다. 2011년 6월 윔블던. 그동안 숱한 챌린저와 투어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한두번 이긴 점수를 착실하게 쌓은 토믹은 윔블던 예선에 출전할 랭킹인 170위대를 마크했다.
기회는 왔다
2011년 윔블던 예선에서 세번 이긴 뒤 당당히 본선에 오른 토믹은 1,2회전에서 이길 때만 해도 10대 소년이 그럴수도 있다고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여자 선수 샤라포바가 16살에 윔블던 우승하던 과정과는 판이했다. 그때는 샤라포바가 1회전 이겼다고 난리를 쳤고 3회전에서 이기자 이미 우승으로 분위기를 몰고갔다.
하지만 3회전에서 당시 잘 나가던 5번 시드 로빈 소더링(스웨덴)을 6-1 6-4 7-5로 이기자 전세계 언론이 토믹에게 달려들었다. 자고나니 윔블던 신데렐라맨이 되어 버렸다. 16강전에서 토믹이 자비에르 말리스(벨기에)를 이겼을 때 호주는 물론 영국 언론도 덩달하 토믹이 우승도 가능하다는 호들갑을 떨었다. 다음 상대가 노박 조코비치였기에 더욱 그랬다. 8강에서 노박 조코비치에게 한세트를 빼앗았을 때 영국 관중들은 영연방국가의 하나인 호주국적 선수로 인해 자리에 앉아 있지를 못했다. 4세트 5-7로 경기가 끝나자 약속이나 한 듯 관중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때 미소를 지은 유일한 사람이 있다면 토믹 자신이었다. 빅 3도 막상 붙어보니 별거아니라는 투로.
윔블던 기간중에 토믹이 기자들에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있다.
"주니어 시절에 수차례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수비적인 기술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주니어 무대에서는 선수들이 공격할 기회를 놓친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서는 선수들이 기회를 놓치는 법이 거의 없다."
주니어무대에서 프로무대로의 성공적인 전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말이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더 호전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공격할 기회란 기회는 모조리 이용하기로 결심한 것이 맞아 떨어졌고 토믹을 차세대 1위로 예약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선수의 의지와 능력, 부모의 결단,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한 평범한 이주민가정 소년을 걸출한 프로 선수로 만들어냈다.글 박원식 기자 사진 Getty Images/멀티비츠
박원식 기자 pwseek@tennispeopl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