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니스피플 멜버른 재미에 푹 빠지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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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11일차.
지난 주에는 호주오픈에 참가한 하위 랭커 선수들이 차지했던 야외 코트를 이번 주부터는 남녀 주니어 선수들이, 이제는 휠체어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완전한 몸이 아니기에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해서 그들의 승부욕마저 완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비록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은 열심히 바퀴를 전후 좌우로 굴리며 볼을 쫓고 라켓을 휘두른다.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집중하며 환호하고 아쉬워한다. 테니스 경기를 하다 보면 라인 시비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라인 시비는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몸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그들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줄 알고 인정할 줄 아는 마음을 지녔다. 그들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지사지 하여 과연 내가 저런 중증 장애를 가졌다 하면 난 과연 저리 행동을 했을까하고 말이다.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처럼 신체의 장애를 극복하고 이 자리에 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들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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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자 단식 결승 진출 자는 모두 가려졌다.
아시아에서 첫 호주오픈 우승을 넘보는 중국의 간판 스타 리나와 시불코바다. 리나는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유진 부샤르(19.캐나다)를 2-0(6-2 6-4)으로 완파하고 지난해에 이어 다시 결승 무대에 서게 됐다. 리나는 2011년에도 호주오픈 결승무대에 섰으나 지금은 은퇴한 킴 클리스터스(벨기에)에게 졌고, 지난해에는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에게 져 아직까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리나의 유일한 그랜드슬램 우승은 2011년 프랑스 오픈에서다. 그녀는 동양인 최초의 여자 그랜드슬램 우승자이다. 리나의 상대는 지난 해 KDB코리아 오픈에 참가하여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라드반스카를 물리치고 올라온 슬로바키아의 시불코바다.
24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시불코바는 이번 대회에서 매우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1라운드에서 프랑스 오픈 우승자였던 스키아보네(이탈리아)를, 4라운드에서는 우승 예상명단에 빠짐없이 들어있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를 만나는 등 3라운드에서부터는 본인의 시드 보다 높은 시드를 상대하며 결승전에 올랐다. 세계랭킹과 열리고 있는 대회의 과거 성적이 기본적인 기준이 되는 시드는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성적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녀의 경기는 오히려 상대방을 매우 압도적으로 누르며 올라왔다. 시불코바는 샤라포바와의 경기에서 1세트를 내준 것 외에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동양인 아줌마의 파워가 강한지…아니면 서양인 아가씨의 파워가 강한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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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바브링카와 베르디흐의 경기에서 바브링카가 먼저 결승고지에 올랐다. 1세트는 싱거운 게임이었으나 2세트 베르디흐가 타이브레이크에서 바브링카를 이기자 경기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둘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잘 지켜 나가며 나머지 세트를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바브링카가 모두 이김으로 인해 세트 스코어 3:1(6-3 6<1>-7 7-6<3> 7-6<4>)로 결승에 진출했다.
나머지 결승 진출자의 자리는 세기의 라이벌인 페더러와 나달의 대결이다. 페더러와 나달은 총32번의 대결을 했고 나달이 22승 10패로 두 배가 넘게 앞서고 있다. 호주 오픈 에서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09년 결승전에 만난 이들은 풀 세트 접전 끝에(7-5 3-6 7-6 3-6 6-2) 나달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때 페더러는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을 떨궜고 착한 나달은 페더러의 어깨를 토닥거렸었다. 2012년에 준결승에서 이 둘은 다시 만났으나 이번에도 역시 나달이 3:1(6<5>-7 6-2 7-6<5> 6-4)로 페더러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나달과 페더러의 준결승 경기는 현지시간 24일 오후 7:30분(국내 5: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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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기대 주 정현은 독일의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맞아 아쉽게 세트 스코어 0:2(2-6 4-6)로 패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시드 넘버원인 즈베레프는 시종일관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로 정현을 좌, 우로 몰아 붙이며 주니어 1위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경기가 끝난 후 정현 선수는 “상대편의 실력에 밀린 경기였다. 경기에 져서 아쉽다. 더욱더 열심히 노력하여 다음 경기에는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연습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한결같이 강조해 온 말이 있다. 주니어는 배우는 단계라고…배우는 단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이기면서도 배우고 지면서도 배우는 것이다. 시합에서 당연 이기면 금상첨화겠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게임을 해야 한다. 한 게임 한 게임을 하면서 실력이 진화한다면 그 게임은 그걸로 충분하다. 정현은 다음주에 있을 챌린저에 참가할 거라 했다. 이번 시합을 계기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밤 12시 반이 넘어 로드레이버를 나섰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친절한(?) 트램을 타고 내리면 아파트 방 한 칸을 빌린 내 숙소 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하루 종일 내 등에 매달려 있는 카메라 가방도 집에 도착해서야 쉴 수 있다. 자정을 념겨 새벽 1시에 도착했다. 한인마트에서 산 즉석 밥(햇반)과 김치 한 조각으로 배를 채운다. 그리고 다시 컴퓨터를 켠다. 그러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시 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을 뜬다. 아파트를 셰어 해준 이에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경기장으로 출발을 해야만 내 방의 불이 꺼지기 때문이다.
멜버른=방극용 기자 bgj@tennispeopl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