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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따라잡기(3) 겸손한 정현 이러다 우승?

기사승인 2018.01.20  18: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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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호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사람 대하는 태도가 거친 경험을 자주했다. 미국도 아니면서 미국 흉내를 내고 가까운 뉴질랜드는 시골 취급했다. 흔히 백호주의라고 (白濠主義, White Australia policy, WAP)해서1901년부터 1973년까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했던 비백인 이민 제한 정책을 취했다. 

1850년대에 들어서면서 금광이 발견되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이른바 골드 러시가 벌어졌고 이로 인해 오스트레일리아에 많은 이민자가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중국계 이민이 많았으며 1881년에는 5만 명에 달하였다. 이러한 저임금 노동은 백인 노동자의 임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는 1888년에 열린 회의에서 중국계의 오스트레일리아 이민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이러한 제한 조치가 더욱 강화되면서 1896년에 열린 회의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모든 유색 인종을 배척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 뿌리가 남아 아시안을 대하는 태도가 썩좋지 않다.

대회 공식 프로그램 책자에 넥스트 제너레이션 투어 파이널 우승자인 정현에 대해서는 이름 석자하나 없다. 호주의 대표적인 테니스매거진 1-2월호에 넥스트제너레이션 대회 결산 기사가 게재됐는데 준우승한 러시아 루블레프나  4강에서 떨어진 캐나다 유대인 샤포발로프는 크게 다뤄도 정작 우승한 정현에 대해서는 오른쪽 한쪽 구석에 실어 억지로 기사를 썼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20일 센터코트 두번째에 정현을 넣었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정현보다 앞선 경기는 여자 세계 1위 시모나 할렙과 미국의 '다람쥐' 로라 데이비스 경기였다. 오전 11시 시작했다. 1만 5천여 관중석은 가득찼다. 11시에 시작한 경기가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관중들은 5세트 12대 10까지 가는 경기를 재미있게 즐겼다.   정현과 즈베레프가 코트에 들어온때는 이들 관중들은 점심 식사 때를 놓친 지라 절반 이상 빠져 나가 돌아올 생각을 안했다.  5대 5까지 가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1세트 후반에 관중석은 처삼촌 벌초하듯 군데 군데 자리가 비어 있었다.  1세트 즈베레프의 서브 에이스와 옆줄 맞고 나가는 날카로운 그라운드 스트로크에 정현은 5대 7로 내줬다.

이때까지 즈베레프의 응원이 대세였다. 세계 4위고 프로그램북에 지난해 우승자 페더러 만큼 지면을 할애해 소개한 터라 널리 알려져 있다. 로드레이버 아레나 앞 공사중 건물에 드리운 가리개에 있느 스타들 얼굴에도 즈베레프는 꼭 끼었다.   

이런 흐름이 2세트 후반 정현에게 쏠렸다. 그동안 관중석 상단에 군데군데 있는 우리나라 사람의 응원소리가 마중물이 되어 "정 화이팅" "정 화이팅"소리가 메아리쳤다.  정현의 백핸드 크로스 샷 성공과 네트 앞 스매싱에 박수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동안 체어 엄파이어들이 정현을 처음 소개할때 '현충'하면서 발음했는데 이날은 '정현'이라고 똑바로 불렀다. 

세트스코어 1대 1이 되자 이제 센터코트는 경기 매너 빵점인 즈베레프보다는 '언더독' 정현에게 몰렸다.

연말 ESPN스포츠에서 정현의 낮은 인지도에 대해 우려했는데 이날 즈베레프와의 세시간 가까이 랠리를 하면서 전세계에 전파를 통해 정현은 자신을 알렸다. 이제 넥젠 우승자로 소개되고 그랜드슬램에서 유망주들 가운데 선두주자라는 것을 전세계 테니스에 각인시켰다.   

4세트 경기장이 어둡다며 체어 엄파이어에게 어필을 하던 즈베레프는 정현의 시종일관 꾸준함에 멘탈마져 무너져 보였다.  앞 선 여자 작은 두 선수의 멘탈 강한 플레이를 지켜보고 박수를 보낸 관중들은 즈베레프에 대해 유쾌하지 않은 표정을 곳곳에서 지었다. 

결국 정현이 5세트 6대0으로 이기고 끝내고 자신도 놀라워하는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경기는 끝났다. 경기에 이기면 기분 좋아 자신의 타월을 응원한 관중에 던지곤 하는데 즈베레프가 그 행동을 하자 관중석에서 웃음 소리가 나왔다. 

이제 1만 5천여 관중이 일어선 가운데 약 3분간은 정현만의 독무대 였다. 온코트 인터뷰 시간이 된 것이다.  아나운서는 정현의 멘탈에 대해 칭찬했다. 정현은 즈베레프가 아주 훌륭한 선수고 좋은 기량이 있어 자신이 100프로 이상의 실력과 모든 것을 쏟아 경기를 했다고 겸손을 나타냈다. 박수가 나왔다. 

동계 훈련을 잘 한 것 같다는 질문에 정현은 팀이 있기에 내가 이자리에 있다고 하면서 새 임시코치 고드윈과 손승리 대한체육회 테니스 전담 코치, 트레이너 등에  공을 돌리는 태도도 보였다.  나보다 남을 내세우는 겸양의 태도에 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실 정현이 세계 4위를 이기긴 힘들어 보였다. 경기전 코칭스태프는 5대5로 예상했지만 이날 즈베레프가 결정적일때 집중하며 힘을 쓰는 것은 정현에게 위닝샷 보강을 요구할 정도였다. 서브 에이스가 센터 라인 옆을 스치고 나간 것에 대해 정현은 챌린지를 수차례 시도할 정도로 즈베레프의 공은 날카로워 손에 비일 정도다.  하지만 정현은 겸손했다. 코트에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1시간 반 넘어 떨어지곤 하는 체력도  잘 버텨가며 경기를 했다. 자신을 믿었고 팀과의 훈련을 신뢰했다.  공과 상대 선수를 대하는 태도가 겸손해 테니스에서 중요한 시력의 열세가 극복되어 그랜드슬램 16강 진출의 성과를 올렸다.

주위의 외국 기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없었다. 사실 기자들 간에 묘한 긴장 관계가 있다. 자국 선수가 이기면 좋고 초반 탈락하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다. 우리보다 테니스 인프라도 좋고 선수도 많고 스폰서도 풍부한 테니스 하는 나라 일본의 경우 니시코리가 불참하고 숱한 선수들이 2회전을 못 넘기자 일본 기자들의 어깨는 일본 열도 가라앉듯 축 처졌다.    기자에게 맥주한잔 하자는 여유도 보이지 않았다. 자기네 나라는 선수가 그리 많은데 투어 선수 달랑 한명인 한국은 왜이리 잘하는 지 이해가 안된다는 속 생각을 털어 놓았다. 그건 기자도 해석불능이다. 

그렇다면 겸손한 정현씨는 이번대회 어디까지 올라갈까.

승승장구한다면 16강전 조코비치, 8강전 디미트로프 4강전 페더러, 결승전 나달이 될 것이다. 이 관문을 통과한다면 정현의 테니스는 교과서가 된다. 멘탈, 디펜스, 서브 , 포핸드, 매너 등이 페더러급이 된다. 

전세계가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정현은 이제 '언더독'이 아니게 된다. 한국의 그랜드슬램 취재하는 기자들도 이제 변방에서 우짖는 새가 아닌 메인 스트림이 된다. 한국의 테니스 투어단도 일본에 못잖은 당당한 투어단이 된다. 테니스는 매주 전세계 곳곳에서 매주 열린다. 골프보다 상금이 많다. 세게임하고 2억을 넘게 받는다. 시간으로는 총 5시간. 한시간에 4천만원 버는 종목이 테니스다.

지금 창원에서 초등학생 300명이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제2의 정현이 되기 위해서가 아닐까. 힘차게 휘두르고 지도자들이 공부하고 목표를 그랜드슬램 우승, 올림픽 금메달로 두면 우리 선수들이 이를 해낸다.

올해들어 부쩍 우리의 국력이 세계 수준이라는 것을 느낀다. 호주 달러도 호주 물가도 한국의 높은 물가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어하며 다니는 모습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련되어 보였다.

센터코트에 들어서 멋진 플레이를 한 정현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왜 온 마을이 나서야 하고 나설까. 그만큼 아이 키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 하지만 잘 키운 아이 하나는 온 마을을 기쁘게 하고 온 마을의 생계를 책임진다. 

한국의 삼성 스마트폰이 한국의 현세대 먹을 거리가 되었듯이 테니스 스타가 한국 테니스와 스포츠의 내세울 거리가 됐다.   

   
 "안녕하세요"

 

   
 모든 물건은 가지런히. 태극기도 잘 보이게 

 

   
 "꼬마야 안녕. 나는 정현이야~" 아이 컨택을 하며 악수하는 정현. 호주오픈은 센터코트 매경기 어린이를 포토 타임에 참여시킨다

 

   
 "글쎄요. 제가 이자리에 있는 것은 우리 팀이 있어서 그래요. 두 코치, 아버지 어머니, 형"

 

   
 일기장 적듯이 사인은 길게. 

 

   
 "다음에는 공에 줄을 매달아 내려주렴"

 

 

글 멜버른=박원식 기자 사진 정용택 특파원 tennis@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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