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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들은 콘센트만 있는 곳이라면 전기를 꼽고 뭔가를 열심히 보고 쓴다 | ||
시골 소년의 서울 상경과도 같았던 멜버른의 하루.
호주 멜버른, 기다리고 타기를 반복하여 꼬박 하루를 날아왔다. 따뜻한 날씨, 우리나라는 겨울이지만 여기는 이제 여름으로 들어서는 날씨다.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 반이다. 공항에서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파크를 가는 셔틀 버스가 있는 듯 한데 라인이 쳐졌다. 물어보니 운행을 하지 않는다 한다. 버스는 모르니 비싼 택시를 탔다. 한 30여분 조금 못되게 달렸을까? 길가에 호주 오픈 현수막이 보이고 멜버른 파크가 눈에 들어온다.
호주 오픈에 취재를 가기로 결정된 것은 약 2개월 전. 처음엔 온통 설렘이었으나 얼마 전부터는 설렘은 반으로 줄고 어느새 그 자리를 걱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바가지 쓴 듯한 느낌의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려 줄을 섰다. 기자 아이디 카드를 받고 책상을 배정 받은 후 카메라를 들고 밖을 나섰다. 로드레이버 코트에서는 그랜드슬램 우승 한 번 없이 3위를 하고 있는 페러와 신예가 경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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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첫 번째로 로드 레이버를 들어가 봐야지” 하고 들어섰더니 비너스 윌리엄스와 에카테리나 마카로바가 3세트 경기를 하고 있다. 로드레이버 옆에 있는 마가렛 코트로 들어선 것이다. 비너스는 코리아 오픈에 와서 고운 한복을 입고 청자 우승컵을 들었었다. 한복이 너무 예쁘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 중 하나다. 그리고 마카로바, 마카로바는 코리아오픈의 단골 손님이다. 몸매가 참 예쁘고 얼굴도 귀여운데다 참 열심히 경기를 해서 주의 깊게 보았는데 성적도 쑥쑥 올라가더니 이곳 호주오픈에서 2년 연속 8강에 올랐다.
마카로바는 마지막 샷이 끝나자 코트에서 펄쩍 펄쩍 뛰었다. 그녀에게 있어 비너스는 1회전에서 낭패를 당할 수도 있는 무시 못할 존재감이기 때문이다.
1회전 탈락이 너무 썼을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코트를 벗어났다. 관중들은 마카로바에게 기립 박수를 치며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좋은 경기를 보여준 선수를 위한 에티켓일까?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가는 마카로바에게 한 소녀가 싸인을 부탁했다. 간신히 달락 말락 한 높이…그녀는 발끝을 세워 종이를 받고 다시 발끝을 세워 그녀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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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밖으로 나왔다. 덮다. 최고 온도 33도다. 대비하여 입고 오기는 했으나 땀이 등으로 흐른다. 전광판에 원 핸드 백핸드를 가장 잘 친다는 프랑스의 리샤르 가스케가 경기를 시작한다는 전광판 글이 보인다. 3번 쇼 코트로 냉큼 달려갔다. 가스켓과 구에즈가 몸을 풀고 있다. 둘 다 프랑스 선수다. 자국민의 선수와 1회전에서 대결해야 한다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 일 게다. 사진기자 자리에 앉아 선수들을 바라 보고 있자니 햇볕이 따갑다. 애지 중지하던 카우보이 모자는 택시에 두고 내려 버렸다. 땡볕에 앉아 사진 찍는 것도 참 고역이긴 하다.
시간은 2시, 아침을 기내식으로 살짝 먹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푸드코트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가 더 나를 배고프게 만든다. 설상가상으로 비행기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인지 눈까풀이 천근 만근이다. 거지의 3요소가 “춥고 배고프고 졸립다” 라는데 지금의 난 덥고 배고프고 졸립다.
초반 비슷하게 가나 싶더니 이내 가스켓이 앞서 나간다. 가스켓은 9번 시드를 받았다. 2세트 들어서 조금 더 보다 일어나 로드레이버로 향했다. 로드레이버에서 환호 소리가 워낙 자주 났기 때문이다.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는 3번시드 다비드 페러와 콜롬비아의 곤잘레스 선수가 시합을 하고 있다. 경기장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 올림픽 테니스코트의 센터코트 최 상단의 높이 정도 되는데 선수들을 보는 느낌은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오늘은 월요일… 군데 군데 빈 의자가 보이긴 하지만 경기장은 선수와 관중들이 한 호흡으로 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부러운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좋은 경기장에 이 많은 관중들의 훌륭한 매너.
예상한 대로 페러가 그리 어렵지 않게 3:0으로 경기를 끝낸다.
다시 사진 기자실로 들어왔다. 도착하자 마자 시도하던 인터넷 연결이 여전히 안 된다. 휴대폰 핫스팟으로 일단 땜질을 하여 쓰고 있는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 옆에 앉은 기자에게 물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뭐냐고. 알려준 대로 쳤는데 등록이 되지 않은 번호라고 계속 오류 메시지가 뜬다, 후아…미디어룸에서 준 용지 다 읽어보고 이렇게 저렇게도 해봐도 연결이 안 된다, 결국 데스크로 가서 물었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고. 알고 보니 무선 랜을 잘못 잡고 있었던 거였다.
5시가 조금 넘어 펜 기자실로 갔다, 샌드위치와 맥주 음료가 놓여있다, 배고픔도 오래되면 잊어먹는다고 생각 치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허기가 확 오른다, 샌드위치 2개와 조그마한 볼 3개(밥알이 들어있다), 그리고 맥주 한 컵을 집어 들었다. 이걸로 오늘 하루는 때우는 건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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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한적한 코트에 사람들이 코트 펜스에 가득 몰려있다, 뭔 일인가? 하고 봤더니 세레나 윌리엄스가 6시부터 연습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코트였다, 예정된 시간보다 15분이 지났는데 나타나지 않는다?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옆 코트에서 지금 하고 있단다,
세레나를 처음 봤다, 김혜수를 글래머 글래머라고 하는데 김혜수는 게임도 안 된다. 통나무 같은 허벅지와 그에 비해 오히려 가느다란 허리. 그리고 풍만한 가슴, 테니스에 더 없이 좋은 몸매를 타고 난듯하다. 식스팩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을까? 웃 옷을 벗어 제낀 젊은 남자가 던져주던 볼을 한 시간 동안 치던 세레나는 가방을 싸서 코트를 떠났다, 그녀는 조코비치 경기가 끝나면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호주의 신예와 1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조코비치가 경기하는 로드레이버로 향한다, 조코비치는 유니클로 유니폼을 입는데 볼 때 마다 속으로 디자이너에게 한마디 한다. “너 그 따위로 디자인 할래?” 라고. 반대편에 있는 슬로바키아의 루카스 락코의 유니폼이 훨씬 세련되고 멋있다. 조코비치가 3:0으로 이겼지만 락코도 요즘 참 많이 성장했다, 몇 년 전 삼성증권배에 다녀 간 후로 우후죽순처럼 실력이 늘고 있다, 1회전에 조코비치만 만나지 않았어도 바로 짐을 싸지는 않았을 거다.
세레나의 경기까지 다 끝났다,
사진을 정리하고 웹 하드에 올리는 동안 많은 사진기자들이 “See you~”하고 자리를 뜬다. 자리에 앉아 있는 기자는 내 옆에 앉아 있는 일본인과 저 앞에 동양인 몇 몇이다.
2주 동안 머물 아파트 키를 주려고 기다리는 이가 있어 후다닥 짐을 쌌다. 어느 덧 시간은 열한 시. 멜버른 파크의 불이 하나 둘씩 어둠 속에 잠긴다.
멜버른에서의 첫날, 생각도, 몸도, 마음도 어설픈 하루였다. 산골 소년이 홀로 서울 나들이를 한 마음이랄까? 어설프긴 했지만 그래도 큰 탈없이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조금은 익숙해질 것이고 그 다음날은 또 더 그러할 것이다. 결승전이 끝나고 나면 나도 이곳에 적응되어 있으려나?
14일은 나달, 페더러, 샤라포바, 아자렌카, 송가, 머레이, 델 포트로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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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피플에서는 방극용 기자를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에 특파해 2주간동안 독자들에게 우리나라 주니어들의 활약상과 호주오픈의 그랜드함, 정상급 남녀 선수들의 기술 동작 등을 소개합니다.
멜버른=방극용 기자 bgj@tennispeople.kr
